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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부산 남포동 고갈비·산성 파전 外

김민주 기자
2026-04-04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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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부산 편, 맛집 · 명소

대한민국 제1의 항구 도시이자,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산비탈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낭만적인 골목길이 어우러진 역동적인 해양 도시 부산. 시시각각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매서운 바닷바람 속에서도 굳건하게 자신만의 삶의 터전을 일구며, 그 어떤 화려한 풍경보다 더 진하고 깊은 땀방울의 향기를 뿜어내는 정겨운 이웃들의 온기가 도시 곳곳에 깊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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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모진 겨울의 삭풍과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고 기어이 찬란한 꽃망울을 피워내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섭리처럼, 저마다의 치열하고 굳건한 자리에서 희망찬 새봄의 기운을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사람들의 눈부신 이야기. 따사로운 봄 햇살이 온 세상을 포근하게 덮기 시작하는 계절의 문턱에서, 364회 '인생은 봄날이다' 편은 과거의 애환과 현재의 희망이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부산의 숨은 명소와 따뜻한 이웃들의 인생 궤적을 찬찬히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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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공동어시장 '동네한바퀴' 

부산공동어시장, 모두 잠들어있을 시간, 활기찬 새벽을 여는 맥박

세상의 모든 불빛이 꺼지고 깊은 단잠에 빠져들 고요한 시간, 그러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산지 어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에는 결코 밤이 찾아오지 않는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끝없이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생선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분주한 경매장은, 무겁게 가라앉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단숨에 밀어내며 폭발적인 활기를 뿜어낸다. 거친 파도를 헤치고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봄 생선들이 끝도 없이 줄지어 들어오며, 아직 겨울의 흔적이 가시지 않은 전국 팔도의 밥상 위로 가장 먼저 생동감 넘치는 봄의 소식을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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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제철을 완벽하게 맞이해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생선들은 짙고 푸른 바다의 날것 그대로의 향을 품은 채, 숙련된 경매사와 상인들의 민첩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손길을 거쳐 빠르게 흩어진다. 펄떡이는 생선만큼이나 펄떡이는 생생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 한가운데서, 이른 새벽부터 매서운 추위를 잊은 채 쉼 없이 몸을 움직이는 작업자들의 굵은 땀방울이 모여 마침내 거대한 하루가 완성된다. 부산 앞바다에서 힘차게 잉태된 생명의 봄은, 바로 이곳 공동어시장의 뜨거운 맥박을 거쳐 전국 방방곡곡으로 뻗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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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앞바다 어부 부부 '동네한바퀴' 

바다에서 50년, 생선이 넌지시 알려주는 눈부신 봄의 전령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매일 이른 새벽, 듬직한 아들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건 '경진호'의 뱃고동을 울리며 험난한 바다로 나서는 장병백 어부. 무려 반세기, 50년이라는 까마득한 세월 동안 묵묵히 이어온 고된 항해에도 그는 대자연 앞에서 단 한 번도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그저 그날그날 허락된 바다가 너그럽게 내어주는 만큼만 조용히 거두어 돌아오는 것이 그의 철칙이자 숭고한 삶의 방식이다. 그에게는 달력보다 그물에 걸려드는 생선의 종류와 은은하게 바뀌는 물때, 뺨에 닿는 바람의 온도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정확한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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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육지에서 남편이 잡아 온 생선을 정성스레 손질하고 판매하며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는, 궂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험악한 날씨에도 어김없이 뱃머리를 돌려 거친 바다로 향하는 남편의 굽은 뒷모습이 한없이 걱정스러우면서도 못내 고맙고 짠하다. 변덕스러운 바다를 사이에 두고 각자의 험난한 자리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부부는, 반평생을 넘게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옆을 지켜내고 있다.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와 뼈를 깎는 듯한 삶의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모든 것을 품어준 바다가 있었기에 무사히 자식들을 키워내고 삶의 끈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회고하는 부부. 그들이 지나온 긴 인내의 시간처럼, 바다는 오늘도 말없이 가장 따뜻한 봄의 소식을 두 사람의 품에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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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산성마을 파전 '동네한바퀴' 

산성 마을 파전 한 장에 담긴 정, 파밭에서 시작되는 기막힌 비법

비탈진 산기슭에 자리한 산성마을, 방금 텃밭에서 바로 뽑아온 싱싱하고 향긋한 쪽파를 듬뿍 얹어 기름에 지글지글 전을 부쳐내는 이곳에는 동네 이웃들의 끈끈한 정과 사장님의 투박하지만 깊은 손맛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마치 한 가족처럼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는 산성마을 사람들은 네 것 내 것을 각박하게 따지거나 나누지 않고, 너른 밭도 함께 일구며 바쁜 장사도 제 일처럼 소매를 걷어붙이고 돕는다. 덕분에 파전 장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온 정정자 사장님은, 대자연이 기꺼이 내어준 푸릇푸릇한 '슈퍼마켓'에서 가장 신선하고 값진 재료들을 매일같이 넉넉하게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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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산성 파전 

나에게 대가 없이 베푸는 고마운 사람들이 이토록 많으니, 나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이 당연지사라며 활짝 웃는 정정자 사장님. 폭등하는 물가 속에서도 무려 10년째 파전 가격을 굳건하게 동결한 것은, 행여나 주머니 가벼운 손님들이 부담을 느낄까 배려하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웃으며 돌아가길 바라는 어머니 같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먹음직스러운 소리와 함께 손님상에 오르는 파전은, 다 먹을 때까지 온기를 잃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한다. 뭉텅뭉텅 토막 낸 나무로 투박하게 지어 올린 식당 문과 정겨운 온기를 내뿜는 장작 난로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 소박한 공간에는, 산성마을 특유의 다정하고 안락한 봄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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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핑크색 바이크 라이더 '동네한바퀴' 

운명처럼 마주친 핑크색 오토바이, 나비처럼 비상하는 새 삶의 라이더

꽃다운 20대의 마지막과 30대를 오직 육아에만 헌신하며 극심한 산후우울증이라는 깊은 터널에 빠졌던 서나비 씨. 타지 생활의 지독한 외로움과 고된 육아의 굴레 속에서 자연스레 주변 친구들과 단절되고, 점차 짙은 우울과 무기력함에 휩싸여가던 그녀의 곁에 기적처럼 다가와 유일한 해방구가 되어준 것은 다름 아닌 이륜 바이크였다.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자유로운 바이크의 모습에 운명처럼 마음을 빼앗긴 것이 그녀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바꾼 새롭고도 짜릿한 도전의 도화선이 되었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바이크를 매일같이 두 시간씩 넘어지고 구르며 독하게 연습해 두 달 만에 완벽히 익숙해졌고, 손수 정성을 다해 눈부신 핑크색으로 도색한 그녀의 애마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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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헬멧을 쓰고 핑크색 바이크에 올라타 해안 도로를 질주하는 서나비 씨는 매번 부산의 후미진 골목과 탁 트인 풍경, 다채로운 사람들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조우한다. 계절이 바뀌는 공기의 냄새를 온몸으로 생생하게 느끼며 SNS를 통해 짜릿한 라이딩의 찰나를 공유하고, 갇힌 자동차 드라이브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그녀만의 비밀스러운 로컬 힐링 코스도 사람들에게 널리 소개한다. 누군가의 희생적인 아내 또는 헌신적인 엄마라는 무거운 타이틀의 껍데기에서 완벽히 벗어나, 도로 위에서 오롯이 스스로 호흡하고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벅찬 순간이다. 지난날의 무겁고 우울했던 그림자를 시원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훌훌 털어내며 한 마리 나비처럼 가볍고 찬란하게 달리는 서나비 씨는, 이제 억눌렸던 인생의 진정한 황금빛 봄날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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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포동 고갈비 골목 '동네한바퀴' 

남포동 고갈비 골목, 50년 세월 짙은 추억을 굽는 청춘의 맛

과거 밤낮없이 고등어 굽는 매캐한 연기와 구수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좁은 골목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며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부산의 명물 남포동 고갈비 골목. 하지만 무심하게 흘러간 야속한 세월의 풍파 속에 하나둘 가게들이 문을 닫고, 현재 그 쓸쓸한 자리를 홀로 굳건히 지키고 있는 가게는 오직 단 한 곳뿐이다. 딱 5년만 꾹 참고 고생해 보자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처음 불을 피웠던 장사는 어느덧 강산이 다섯 번이나 바뀌는 50년을 훌쩍 넘기며, 부산 고갈비의 살아있는 위대한 역사 그 자체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발길이 끊겨 한적하고 고요해진 남포동 뒷골목에서, 변함없이 달아오른 연탄불 앞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임애순 사장님은 낡은 탁자를 거쳐 간 수많은 청춘의 웃음소리를 애틋하게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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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고등어구이, 고갈비

자욱한 연기 속에서 지글거리는 미세한 소리만 듣고도 고등어의 속살이 익어가는 정도를 정확하게 가늠하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은, 오직 50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이 축적해 낸 고귀한 감각 덕분이다. 생선의 맛을 좌우하는 소금 간을 하는 중대한 일만큼은 지금도 절대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철저하게 고집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고등어를 노릇하게 구워내 지친 서민들의 술상에 올리기까지, 그 모든 고된 노동의 과정에는 사장님의 흔들림 없는 긍지와 눈부신 자부심이 굳건하게 함께한다. 온몸에 깊게 배어 평생 쉽게 가시지 않는 비릿한 생선 기름 냄새마저도, 지금의 그녀에게는 지나온 삶을 증명하는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추억의 훈장으로 남았다. 늦은 시간까지 꺼지지 않고 따뜻한 불을 밝히는 이 낡은 가게는, 오늘도 길 잃은 이들의 어두운 마음의 골목을 환하게 비추는 영원한 청춘의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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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주동 산복도로 '동네한바퀴' 

하늘과 맞닿은 가파른 인생길, 진정한 행복을 품은 노부부

산비탈을 따라 성냥갑 같은 낡은 집들이 위태롭고도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모여 있는 영주동 산복도로 마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찔하게 계단 위에 또 계단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골목길은, 매 순간 숨을 헐떡이며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딛고 올라와야만 했던 우리네 고단한 인생길을 쏙 빼닮았다. 수없이 많은 뼈아픈 우여곡절과 쓰라린 시련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했던 노부부에게,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이곳은 옛 시절의 애틋한 추억과 굽이치는 삶의 깊은 흔적이 눈덩이처럼 쌓여있는 가장 평온한 종착지이자 따뜻한 안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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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시대가 변해 이제는 가파른 계단 옆으로 최신식 모노레일이 번듯하게 생겨나며 오르내리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지만, 가난하고 눈물겨웠던 과거의 먹먹한 기억만은 노부부의 가슴 한편에 화석처럼 굳건하게 남아있다. 평생 운전대를 잡아 온 택시 기사 김재운 씨는 매일같이 낯선 손님들을 태우고 복잡한 길을 누비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산 산복도로만의 애잔하고 아름다운 숨은 명소를 자랑스레 소개하기도 한다. 평생토록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위만 아득하게 올려다보며 발버둥 치듯 살아왔던 부부의 치열했던 삶은, 비로소 이제 가장 높은 곳에서 탁 트인 부산 앞바다와 시내의 눈부신 전경을 평화롭게 훤히 내려다보는 여유를 맞이했다. 모진 고생 끝에 마침내 마주한 오늘, 노부부는 지나온 그 어떤 날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답게 만개한 인생 최고의 평온한 봄날을 넉넉하게 만끽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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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부산 편 

얼어붙었던 모진 겨울의 대지를 뚫고 기어이 생명의 싹을 틔워낸 어느 들녘처럼, 우리 삶에도 마침내 따스한 구원의 봄바람이 찾아오고 만물을 비추는 한 줄기 햇볕은 한결 도타와져 온 세상을 포근하게 끌어안는다. 차갑고 혹독했던 시기를 지나 나에게로 묵묵히 다가온 새봄을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겸허하게 맞이하며, 저마다의 척박하고 시린 자리에서도 기어이 꿋꿋하게 생의 가장 찬란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평범한 이웃들의 가슴 뭉클한 휴먼 다큐멘터리. '동네 한 바퀴' 364회 '인생은 봄날이다 – 부산광역시' 편, 방송 시간은 4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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