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영남권을 삼킨 산불은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이번 산불로 30여 명이 목숨을 잃고, 4천 채가 넘는 주택이 전소됐으며, 피해액은 1조 원을 넘어섰다. 추정 피해 면적은 10만 4,000헥타르에 달해, 2000년 동해안 산불의 4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로 인해 재난에 가까운 초대형 산불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점점 진화하는 산불 앞에 산불 대응의 컨트롤 타워인 산림청의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남 지역 산불 한 달을 맞아, ‘PD수첩’이 현행 산불 대응 체계의 실태를 분석했다.
때늦은 대피 문자, 원인은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의 공백?
산불 확산 예측은 산림청의 주요 임무다. 산림청은 기상과 지형 정보를 바탕으로 시간대별 확산 경로를 예측하는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산불에서는 예측 정보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실질적 대피와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산림청은 “강풍과 연기로 산불의 화선을 파악할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해당 시스템이 아예 가동조차 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산림청이 자신 있게 선보였던 산불확산예측시스템에는 어떤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던 것일까.
불 끄는 줄 알았는데… ‘불 키우는’ 산불 방지 대책의 역설
2022년 동해안 산불, 2023년 충남 산불 등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산림청이 반복해 내놓은 대책은 ‘임도 확충’과 ‘숲 가꾸기’다. 산림청은 진화 인력이 신속히 현장에 접근하려면 더 넓고 많은 임도가 필요하다며, 임도의 중요성을 꾸준히 부각해 왔다. 또한, 숲 가꾸기 사업이 나무의 밀도를 낮춰주어 산불 확산을 억제하는 데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산림청 예산 2조 6,169억 원 중, 임도 확충에 2,560억 원, 숲 가꾸기 사업에 2,392억 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임도가 오히려 바람길이 되어 산불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침엽수 밀도를 낮춰야 할 숲 가꾸기 사업이 산림청과의 설명과는 정반대로 활엽수를 베어내고 침엽수를 조림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고발했다. 산림청이 내세운 ‘산불 방지 대책’이 대형 산불의 또 다른 불씨가 된 건 아닐까. ‘PD수첩’이 산불 방지 대책의 이면을 추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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